‘글의 설계도’ 개요부터 짜야… 무작정 ‘쓰고 보자’는 사상누각
올해 입시에서 논술고사를 치르는 4년제 대학은 모두 32곳. 전체 대학 중에서 숫자로는 많지 않지만 고려대와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주요 대학이 포함된다. 특히 수시모집의 일반전형 우선선발에서 논술고사 비중이 높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준비하기 어렵고, 정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애를 먹는 논술.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어 고민이다. 서울 태릉고 2학년 김상규 군(18)이 27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를 찾아 논술담당 김은식 강사(39)의 지도를 받았다.
○ 핵심을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수업을 시작하면서 김 강사가 불쑥 물었다. “상규야, 대학이 왜 따로 논술 시험을 치르는지 생각해본 적 있니?”
김 군이 머뭇거리자 김 강사가 강조했다. “대학생이 학술서적을 제대로 읽고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논술이야.”
김 강사는 대부분의 학생이 문제에서 요구하지 않은 엉뚱한 내용을 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시문보다 문제(논제)를 먼저 읽고 그 뜻을 한 줄로 쉽게 설명할 정도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문제를 한번 풀어볼까.”
김 군은 A4 용지 한 쪽 반 분량의 제시문 3개와 문제(논제)를 받았다. 2012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사회계열에서 나온 문제다.
제시문 (가)는 창조적인 종교적 시도들이 대중의 요구가 획일적인지 다양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수용되었다고 주장한 글이고 제시문 (나)는 예술사에서 아류들이 걸작을 모방함으로써 이를 또 다른 걸작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제시문 (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모방함으로써 집단적인 성찰이 이루어지면서 진보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군은 ‘사회에서 새로움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제시문 세 편을 비교하라’는 문제를 풀었다. 2시간이 걸렸다.
김 강사는 1000자 분량의 답안을 훑어보고 평가했다. “제시문 분석에는 성공한 반면 문제에서 요구한 대로 차이점을 정확하게 비교하는 부분이 부족했구나.”
김 군은 둘째 셋째 넷째 문단의 첫 줄에 △제시문 (가)는 새로움을 수용하는 것이 다수의 역할이라고 제시한다 △제시문 (나)는 다수가 과거의 것을 전승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제시문 (다)는 다수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시하여 새로움을 창조한다고 본다고 간단하게 썼다.
김 강사는 “쉽지 않은 제시문인데 논제에서 제시한 ‘창조적 변화에 관한 대중의 역할’이라는 기준으로 읽어냈고 차분하게 잘 풀어냈다”며 칭찬했다.
이어 “난해한 제시문 때문에 논술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제시문을 샅샅이 분석하려고 들지 말고, 상규처럼 문제가 요구하는 초점에 맞춰서 쉽게 쓰기만 해도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개요 없는 글쓰기에 빠진 내용 많아
원고지를 살펴보던 김 강사가 마지막 단락에 줄을 치며 물었다. “그런데 개요는 작성한 거니?”
김 군은 “시간에 쫓겨서…”라며 머리를 긁었다. 세 지문을 비교한 글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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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강사는 “새로움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비교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답안 뒷부분은 ‘차이점’에 주목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거의 없다”면서 한 문단의 글을 만들었다.
‘제시문 (가)는 대중이 변화의 수용 여부만을 결정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반면 제시문 (나)와 (다)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보고 있다. 특히 제시문 (다)는 대중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 자체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김 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지막 문단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아요.”
김 강사는 핵심요소를 활용해 개요를 미리 구성하고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술은 문제 읽기, 제시문 읽기, 개요 작성, 개요 검토 및 수정, 글쓰기, 글 고치기 순으로 이뤄져야 한다.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 빠진 건 결국 개요를 짜지 않고 무작정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야.”
원 포인트 특강을 마치며 김 강사는 실전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소한 장소에서 긴장한 채 논술문을 써서 아쉬웠다는 김 군에게 그는 실제로 대학에서 시험을 치를 때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김 강사는 대학이 주관하는 모의논술대회에 자주 참가하면 이런 불안감이나 긴장감이 줄어든다고 얘기했다.
마지막 조언 하나. “처음부터 시간과 분량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빠지는 내용 없이 글을 써내는 연습을 자주 하는 게 좋단다.”
“선생님, 이 정도면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요?” 김 군이 주저하며 물었다.
김 강사는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은 80점만 줄게. 문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메모하고 이런 내용이 빠지지 않도록 개요를 짜서 글을 쓰면 90점 정도는 항상 받을 수 있을 거야.”
■ 논술의 4가지 유형
논술은 유형을 나눠 접근하면 훨씬 수월하다.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유형별로 유의할 점이 다르다.
이해설명형 논술은 이론적 추상적 개념을 통해 다른 제시문을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주의라는 개념을 학생들은 이기주의와 비슷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무관하다. 개인주의의 반대는 집단주의이고 이기주의의 반대는 이타주의이다.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결과와 이타적인 결과를 모두 낳을 수 있다. 이해설명형 논술에서는 통념적인 이해를 버리고 반대말이나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서 정확하게 개념을 잡고 다른 제시문 분석에 나서야 한다.
문제해결형 논술은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식이다. 여기서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문제점의 구조를 파악하고 원인을 제거하는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출산율이 떨어지는 문제에서 세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식의 아이디어성 해법을 무작정 제시하면 곤란하다. 보육 문제가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한 뒤에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무난하다.
요약형 논술은 최근에 늘어나는 추세다. 축약이나 발췌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약은 제시문의 핵심을 설명하는 한편의 다른 글이다. 줄여서 쓰는 글이 아니므로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서도 안 되고 서술 순서를 따라가서도 안 된다. 제시문의 필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한 줄로 줄여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양론형 논술은 상반된 입장의 제시문을 비교하거나 한쪽을 비판하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쟁점을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찬반양론을 생각해 보자. 똑같은 찬성 입장이어도 한국영화의 상업적 경쟁력이 떨어져서 필요하다는 의견과 영화는 문화적인 정체성을 담고 있으므로 필요하다는 의견은 쟁점이 다른 주장이다. 다양한 제시문이 어떤 쟁점을 놓고 찬반 의견을 펴는지 살펴야 근거가 뒤섞이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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